[평론] 2008 대구보건대학 대구아트센터 인당박물관 김길후 개인전 ④

 

에게해의 진주 기억의 심연으로부터 불러낸 어둠

 

'칼 드로잉(drawing by knife)’

 

 <에게해의 진주> 시리즈는 캔버스에 종이를 바르고 배경색을 칠한 다음 그 위에 예리한 칼로 형상을 오려내며 만들어 낸 것이다. 짙은 색의 바닥에서 박리되어 나오는 종이쪽이 흰색의 자국을 남기며 선묘를 형성한다. 마치 소요를 하듯 예리한 선으로 도려내며 드로잉해서 흑백으로 현출된 그림은 종전의 굵은 윤곽선으로 그려지던 단순한 형상들과는 사못 다른 분위기다. 이전의 화면에서는 수묵화적인 분위기와 함께 내면적이고 주관적인 상징성을 탐색했다면 여기서는 그것을 아주 세련되고 명료한 이미지로 추구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붓 그림에서 느낄 수 있었던 다소 둔중한 느낌의 서정성 을 수려한 선들로 짜인 섬세하고 복잡한 형태의 울림으로 바꾸어놓았다. 아주 공들인 분위기가 대작의 인상을 풍기기에 충분한데 다만 전체적인 구성에서 장식성이 개입될 여지는 없는지 주시된다.

 

 작업의 과정을 보면 판화의 제작과도 닮았다. 마치 고무판위에 잉크 칠을 해놓고 새겨나가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캔버 스에 종이를 배접한 뒤 종이 표면에 여러 차례 안료를 덧발라 두꺼운 층을 만들었기에 새김의 깊이가 얇아야하는 것과 뒷면의 캔버스 천에까지 칼날이 들어가서는 곤란하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되어야하는 꽤 까다로운 공정이 수반 된다. 무엇보다 밑그림 없이 바로 화면에서 시작하여 끝맺는다는 점에서 작품의 시간적 공간적 일회성이 특히 강조된다. 그러나 기술이 숙달되기 전 초기에 겪던 곤란들도 곧 활수한 손놀림에 의해 해결되면서 예기치 않았던 개성적인 작품이 출현했다. 즉흥적이면서도 집중적인 주의력과 독특한 작업방식에 적응한 능란한 테크닉이 빚어낸 결과는 이전의 작업들 과 정서적으로 연걸되면서도 방법상의 새로움 덕택에 또 다른 감수성을 표현해내게 되었다.

 

 '칼 드로잉' 작품의 표현상의 특징은 돈의 변화가 없는 하드에지(hard-edged)의 선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분위기를 산출할 톤의 변화가 없는 대신 정교하고 복잡한 선묘가 구성에 의해 전체의 조화를 만들어 낸다. 만약 거기서 미적(假像)을 의식하여 장식적인 의도에 지배당하게 되면 직접적인 표현들의 생명성은 퇴색된다. 그렇게 되면 섬세한 감수성에 바탕을 두면서 일상과는 거리가 멀어진 이상화된 아름다움을 추구한 아르누보 양식처럼 리얼리티를 잃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세련미에 이르기까지 그가 거친 또 한 단계의 과정은 이 새로운 감성이 단순히 붓 대신 칼을 사용한 도구만의 변화도, 본능에서 세련으로의 변화만도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한다. '칼 드로잉' 에 이르기 전에 망치, 조각칼, 못 같은 우리에게는 낯선 도구로 거친 원시성이 느껴지는 본능의 순수함을 표출하고 있었다.

 

 작가는 주제와 소재를 자신의 경험과 기억에서 길어내고 있다. <에게해의 진주>라는 제목은 흘러간 시간에서 자신의 ()을 찾는 일에 하나의 모티프 구실을 한다. 페넬로페라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 부인의 이미지를 통해 그는 자신의 기억에 내재한 경험을 불러내고 있다. 그것은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이미지들인데 즉흥적인 칼놀림과 함께 도취적인 열정의 리듬을 지니고 있다. 바로 "생의 흐름을 관조적으로 현재화 시키는 일' 그는 그것을 작품을 통해 실현화하고 있다.

 

김영동 (미술평론가)


 영남대학교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여러 대학에서 미술이론을 강의하고 있다. 발터 변야인 Walter Benjamin의 비평과 견해에 새삼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그는 진지하고 솔직한 미술평론가라는 평을 듣고 있다.


Pearl of the aegean

Beauty Invoked from Repository of Memory: Drawing by Knife

 

 The series, Penelope was created by a sharp knife cutting on large canvases pasted with black-colored paper When the paper is carved out from the background, it leaves white traces and composes black and white line- drawings This time, his graphical images which are drown by fine cut lines present comparatively different atmosphere from his former simple shapes they were expressed by thick contours. In his former work which delivers the feeling of Indian ink paintings, he searched inner and subjective symbolism Now he seems to persue it with highly refined and plain images. In other words, he changes lyricism which brush paintings have into the sound of shapes which are delicate and complicated. Although they can be fully treated as masterpieces due to the elaborated ambience, he should be very cautious not to focus on adornment in the total composition.

 

 His working process is similar to that of woodcut graphic art it looks like carving on inked rubber plates. The first step is to paste paper on a canvas, and the next is to make thick layers by applying pigment repeatedly This papered background requires him delicate hands only to cut out the papers without damaging the canvas. Above all, it is notable that he begins his work without background drawing and finishes it. This emphasizes on its uniqueness. However, some difficulties he used to have when he was not accustomed with this technique are unraveled by his adroit hand. This brings us unexpected individual work. Once his hand acquired the skill which needs improvisation and acute intensity, the result is that he is able to maintain emotional tying with former work and express another kind of sensibility thanks to new technical approach.

 

 The characteristics of his work in 'Drawing by Knife are that it has no tonal variation and is composed of hard edged lines Instead of giving his work varied tones, he produces total harmony with elaborate and complicated lines. The more he is drown by the decorative intention of producing beautiful semblance, the more his expression may lose its unique and direct life force. If so, the same as Art Nouveau style which is the idealized beauty that keeps the distance from ordinary lives but is based on subtle sensibility, there is danger of losing its reality. Another step he preformed to reach this polished style makes us realize that neither is this new sensibility the change of his tools from a brush to a knife, nor the change from instinct to refinement. Before he produces his 'knife drawing' work, he has reflected the innocence of instinct by using unfamiliar implements, such as a hammer, a carving knife, and a nail.

 

 He brings his theme and subject matter from his past experience and memory The music Penelope becomes the motif in forming the images of his past. With the image of a Greek heroin, Penelope. Odysseus wife he invokes his inner experience which buries under his memory. It has its aura and at the same time it has the refined rhythm of intoxicated passion. He applies this into his work: Turning to the contemplative actualization of the stream of life“

 

Young-dong Kim (art critic)

 

 The art critic, Kim, Young Dong is preparing his doctoral dissertation in the department of art history, Youngnam University, and teaching or theory at colleges. He who deeply sympathizes with the critique and opinion of Walter Benjamin, is a sincere and candid crit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