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2011 갤러리터치아트 Deepest Black 김길후 개인전 ① |
깊고 깊은 어둠 | 토마스 아놀드 | 2011 미국 뉴욕 메리분 갤러리 디렉터 평론가
작가 김길후의 검은 색은 매우 감각적이다. 그것은 별이 수 놓인 밤하늘의 어둠이며 깊은 밤의 그윽한 어둠이기도 하다. 그 어둠은 밤의 지평선 바로 너머 보이지 않는 사물들과 세상의 모든 신비로움이 존재하는 듯한 풍경 속에 있다. 그의 작품 속 검은 색에는 그림자에서 피어 오르는 듯한 색이 존재한다. 이는 마치 어둠이 가시의 세계로부터 색을 흡수할 때, 인간의 마음이 그 어스름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익숙한 색을 감지하는 듯하다. 그의 작품 속 어디에서든 거의 항상 무언가를 발견하곤 한다. 그것이 비록 작은 반짝임일지라도 우리는 그 어둠 속에서 빛을 찾게 된다. 그가 자신의 작품에서 어둠을 표현하면, 우리는 그러한 어둠의 문을 열어보고 싶어진다.
지난 수 세기 동안 예술가들은 동굴의 벽이나 종이에 작업해왔으므로 어둠에 대한 그의 표현방식은 그 자체로는 흔한 것이긴 하지만, 새로운 매체와 설치미술의 시대에서 그는 자신만의 표현주의적인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가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하면서도 직설적이고, 우아하면서도 강력하다. 그는 직감적으로 형상을 만들어낸다. 드문드문 칼과 못에 의해 긁혀 떨어져 나간 표면의 상흔은 종이 위에 도끼로 내려친 듯한 거친 붓 자국을 통해 그림에 강한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그림의 표면에 가해진 그의 표현방식은 때로 물리적이며 폭력적으로까지 보인다. 작가 김길후는 칼과 스크래퍼 또는 그라인더와 같은 낯선 도구들로 우아한 선을 만들어낸다. 형상 자체는 즉흥적이고 직접적으로 형성되며, 그러한 표현방식은 역사, 인물, 긴장감, 디테일 그리고 감성을 자극하는 에너지가 더해짐으로써 더 많은 아이디어를 도출해 낸다.
표면에 가해진 흔적들로 인해 그의 작품들은 드로잉과 조각, 그리고 페인팅 사이 어느 지점에 속하게 된다. 이러한 작품들은 추상 표현주의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실제로 작가 김길후는 자유와 무의식을 표현하는 추상 표현주의자들로부터 영감을 받는다.
내부에서 시작되다.
김길후 작가의 작품은 깊은 자기성찰에서 기인한다. 그의 작품은 타고난 소설가처럼 비유적이며, 인물들의 내면의 소리나 그들이 느끼는 공포, 갈망과 같은 잠재의식을 묘사한다. 인물들은 홀로 혹은 함께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각자 분리되어 있으며, 그들은 창 밖의 어둠을 바라보듯 무표정한 시선으로 응시한다. 그들 면면의 표정은 아무런 특색이 없는 무표정에 가깝다. 눈과 코가 있는 듯하지만, 고립감만을 부각시키려는 듯 침묵을 암시하는 입은 종종 찾아 볼 수 없다. 실제로 「Like a Flower」 와 「Waiting」 속의 인물들은 꽃과 떨어져 있지 않고 융합되어 친밀한 관계를 누리는 듯하지만 부피감 없이 무한한 잠재의식 속에 벌거벗은 듯이 보인다.
작가 김길후의 말에 따르면 그의 작품은 "그가 살면서 겪은 시공간의 토대 위에 놓여 있다." 고 한다. 어떤 의미에서 그의 작품은 감정의 서술, 즉 예술가들에게 '행복한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꿈과 기억들의 결합과도 같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마치 어린 시절의 아름다웠던 날들이 기억이 되고 그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신념이 꿈이 되듯 말이다. 꽃은 오랫동안 김길후 작가의 작품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꽃은 여러 해 동안 지속적으로 그의 작품에 나타나고 있으며, 그 상징의 근원은 작가의 유년시절과 그가 가꾸었던 꽃밭에 뿌리를 두고 있다.
김길후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삶의 본질'에 대해 표현하고자 한다. 그것은 의식 너머 무의식이며, 인간의 삶 너머에 존재하며, 진실이라고 불려질 때 더 이상 진실이 아닌 그 무엇이다. 이러한 행위 속에서 작가는 '그림을 통한 진실', 즉 사고의 순수세계를 추구한다. 하지만 진실을 물리적 형태로 표현하는 행위는 진실과 멀어지게 만든다는 것, 이것이 그의 딜레마이다. 이러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김길후 작가의 작품 속에서도 작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복합적인 지형
김길후 작가의 작품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검은 눈물 Black Tears', '비밀의 화원The Secret Garden' 그리고 ‘칼드로잉’이다. 이 작품들은 모두 다년간 자신의 손으로 완성한 작품들을 불에 태워 파괴한 뒤 시작되고 진화하였다. 불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고, 또한 불에서 피어 오르는 연기는 영혼의 해방에 대한 은유적 표현으로 사용되어 왔다. 아마도 이 불은 작가 자신에게 익숙한 채 작품 속에 머물러 있던 개념을 해방시키고 새로운 아이디어의 성장을 촉진한 듯하다.
2001년부터 시작된 '검은 눈물' 연작은 통상적인 슬픔과는 사뭇 다른 비애를 특징으로 한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오브제의 아웃라인과 어두운 지면 위의 인물들을 휘감는 굵고 풍부한 블랙의 화필을 특징으로 한다. 때때로 두드러지지 않게 표현된 인물은 말 그대로 뒤틀리고 유동적인 어두운 공간에 심리적으로 갇혀 있으며, 그림의 가장자리로 빠져나갈 듯 한 느낌을 자아낸다. '검은 눈물' 의 블랙은 전통적일 뿐만 아니라 가장 본질적인 상태의 이미지를 추출하기 위해 단순화시킴으로써 감정 상태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이 '검은 눈물' 연작은 페인팅이면서 드로잉이기도 하다. 작품 속의 형상들은 연속적으로 속도감 있게 변주되며, 긁힌 자국의 선들은 작품을 개성과 활력으로 가득 채운다.
2004년에 시작된 '비밀의 화원' 연작은 보다 더 행복한 시간으로 회귀한다. 이 연작은 근심걱정 없던 유년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하며, 그의 부친처럼 일생 동안 그가 열정적으로 심취해 왔던 꽃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작품들은 이 연작을 거치면서 더욱 묘사적으로 되었다. 작가는 빛 바랜 색조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화면에 부조화적인 활력을 부여하였다.
‘칼 드로잉’ 연작에서 김길후 작가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이미지를 창조하였다. 종이 위에 자국을 표현하기보다는 종이를 오려내어 형상을 표현하였다. 먼저 종이를 캔버스에 배접한 후 그 표면에 색을 얇게 칠했다. 그 후 칼로 조심스럽게 그어 오려낸 후, 밑바탕의 흰 종이를 노출시켰다. 이 작업은 선을 나타내기 위해 고되고도 많은 시간을 요하는 것이었다. 더욱이 캔버스 위에 거침없이 열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익숙한 작가에게 그러한 섬세한 공정은 더욱 고된 것이다. 여기에서도 꽃을 찾아 볼 수 있다. 과거에 작품들에서 꽃은 부수적인 소재였던 반면, '에게 해의 진주 Pearl of the Aegean' 연작에서 꽃은 중요한 대상이 되어 작품을 서정적인 구도로 만들어 주었다.
김길후 작가의 최근 연작에서는 손과 발이 등장한다. 손과 발은 한 사람이 지닌 독특한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낸다. 손발의 모양과 외형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며 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동작을 취할 수 있고 무언가를 만질 수 있으며 말을 강조할 수 있는 손은 얼굴을 제외하고 우리 몸에서 가장 표현력이 풍부한 부분이다. 손은 색소폰이나(My Life I, My Life I, mixed media on canvas, 194×130cm, 2010), 피아노(Piano, mixed media on canvas, 194×130cm, 2009)를 연주하며, 생각에 잠긴 채(The Hand of Thought, mixed media on canvas, 227×182cm, 2010), 혹은 비통함으로(A Suffering King II, mixed media on canvas, 194×112cm, 2010) 움켜쥔다. 인물들은 평면적으로 그림을 채우며 가장자리에 국한되어 있지만 그들의 손발은 확대되어 있다.
이러한 그의 새로운 작품들은 다분히 조각적이며 면밀히 살펴보면, 작품 속 형상들의 마모된 형태와 그림 속의 인물들, 즉 망치와 못을 사용하여 의도적으로 거칠게 작품에 가한 상흔은 복합적인 지형을 나타낸다. 이는 인간은 아픔을 통해 성숙해지는 비완성적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다. 상처가 지난 과거사를 대변하듯, 의도적인 상흔은 작품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한다. 그 상흔은 파괴를 암시하며, 때때로 파괴 직전에 머물기도 하며 작가의 창조적인 욕구와 파괴적인 충동 사이에서 생생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예술가가 되는 일은 엄청난 용기와 강한 정신력을 요구한다. 최고의 작품, 성공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예술가는 감정을 쏟아 내야하며 자신의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시각 언어를 개발해야 한다. 김길후 작가의 작품은 살아 숨쉰다. 그의 작품은 영혼의 장소에서 출발하여 삶과 상실 그리고 영혼에 대한 정직한 표현으로 다가온다. 김길후 작가는 진실의 추구선상에서 작품을 만들어 왔으며 앞으로도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며 계속하여 우리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 줄 것이다.
Deepest Black | Thomas Arnold | Director Mary Boone Gallery, New York
Kim Gil Hu paints with a black that is almost material. It is the black of the night sky between stars. It is the rich black of the night landscape where unseen objects and all the mysteries of the world seem to lie just beyond its visible horizon. In the black of his paintings there is perceived color, the kind of color that the viewer's eyes coax out of the shadows, as one's mind might perceive known colors out of the unsaturated landscape of dusk when darkness has siphoned color from the visible world. In his work there is something almost there, something to be discovered. In the darkness we search for even the mere glint of light. If Kim Gil Hu draws the shades on his subject, we open them.
The fact that Kim Gil Hu paints with black, as artists have done for centuries whether on cave walls or on paper, is in itself not unusual, but in this age of new media and installation it is reassuring to view the expressionistic paintings of Kim Gil Hu.
His approach to painting is simple and straightforward, elegant and forceful. The artist builds up imagery in intuitive, roughly hewn strokes of paint on paper and further brings them to life by sometimes removing both paint and surface in flashes of knife and nail scratches. The mark-making is itself can seem a brutal, sometimes mechanical, attack on the surface. Using knives, scrapers, or a grinder, Kim Gil Hu makes elegant lines using inelegant means. The imagery itself is immediate and direct, but the mark-making teases out more of the idea by adding history, character, tension, detail, and emotive energy. The marks leave the works in a place somewhere between drawing, sculpture and painting.
The action of painting this way has a history with the abstract expressionists. In fact, Kim Gil Hu draws inspiration from abstract expressionists who expressed the free and unconscious spirit through their work.
From Within
Kim Gil Hu paints from a perspective of deep introspection. His paintings are figurative and, like a gifted novelist, he describes the subconscious of his figures, their inner dialogue, fears, desires. The figures, sometimes alone, sometimes together but psychologically separated from each other, stare out with a blank gaze, as if looking out through a window into the dark. Their faces are nearly expressionless -- almost featureless; they have eyes, maybe a nose, but often no mouth, which suggests a muteness that only heightens the sense of isolation. Indeed, in the paintings Like a Flower and Waiting, the figures seems to enjoy a closer relationship with the flowers with whom they are not isolated, but united. They are however, very spiritual depictions, as if the figures are somehow a dimensionless subconscious laid bare.
In the artist's words, his works are "situated on a foundation of time and space that he has lived through". They are, in a sense, a narrative of emotions, a union of memories and dreams which are the source of "happy energy" to the artist. Memories being the beautiful days of his youth, anddreams being a faith that can be attained through painting. Flowers are an important recurring element in the work of Kim Gil Hu. They appear continuously in his work over the years, and their significance is rooted in the artist's childhood and the flower garden he tended in his youth.
Kim Gil Hu wants to express through his paintings "the essence of life", those things beyond the human life, the unconscious beyond the conscious, the truth that is no longer the truth when it is called as such. In this ritual, the artist seeks to find a "truth through painting", i.e. that unadulterated world of thought. The dilemma is that the act of expressing this truth in physical form distances the idea from the real truth. This distance between the ideal and the reality is the loss that is evident in the work of Kim Gil Hu.
A Complex Topography
The earlier paintings of Kim Gil Hu might be roughly divided into three series: Black Tears, Secret Garden, and Knife Drawings.
All of these works began and evolved after the destruction at the artists hands of years of work. Fire destroys, but fire also can give birth to life anew, and smoke rising from fire has long been a metaphor for spiritual release. Perhaps this fire released the ideas that had remained static in work that had become too familiar to the artist, and spurred the growth of new ideas.
The Black Tears series of paintings which began in 2001 was a period marked by extraordinary sorrow. These paintings are characterized by bold and expressive brush strokes of black paint outlining objects and figures on a dark ground. The figures, often indistinct, are literally and psychologically confined to darkened spaces that are distorted and fluid, draining off toward the edges of the picture.
In the Black Tears, black is not merely a convention, but a means to convey an emotional condition, as well as to simplify -- to distill the image down to its most basic state. The Black Tears works of Kim Gil Hu are drawings as much as paintings. The images are rendered with immediacy and continuity; the scratches are draftsman's lines, and they imbue the works with a personality and vibrancy.
The Secret Garden paintings, which Kim Gil Hu began in 2005, were a return to happier times. These paintings, based on memories of carefree youth, incorporated more flowers, a lifelong passion and preoccupation of the artist (as well as his father). In the Secret Garden, the paintings have become more illustrative. Kim Gil Hu incorporated judicious use of muted color, which brings a disproportionate amount of vibrancy to the works.
In the Knife Drawings, Kim Gil Hu began to create his image in wholly new manner. Rather than placing marks on the paper, he removed the paper to reveal the image. After pasting thepaper to canvas and painting it with washes of color, the artist worked delicately with a knife, carefully circumscribing into the paper each line he would create, then removing it to expose the white of the paper beneath. This is an arduous and time consuming way to make lines, and a sophisticated approach for an artist who is used to making facile and expressive marks in paint. Here the artist again returns to flowers. Whereas in the past, flowers were secondary subjects in the paintings, in the works of the series Pearl of the Aegean, the flowers take over, entangling the work with lyrical structures.
A newer series of works, have as their subject hands and feet. Hands and feet are the most uniquely characteristic features of a person, since their shape, and outward appearance are formed by their use and tell a story about the person. Other than faces, hands which can gesture, touch, and provide emphasis to the spoken word, are the most expressive part of the body. These are hands in action: playing the saxophone (My Life I) or piano (Piano), clasped together in thought (The Hand of Thought) or in anguish (A Suffering King II). The figures now fill the picture plane and are confined by its edges. Their hands and feet are enlarged.
These new paintings are sculptural, and upon close inspection, reveal a complex topography of abraded shapes, figures, and scars -- a rough but intentional treatment which the artist has meted out on the work with hammer and nail. One can be reminded that it is notour perfection but our scars that make us human. Just as scars tell a story of past experiences, the scars of deliberate mark making imbues his work with a sense of history. The marks hint at destruction and, sometimes, fall just short of it, creating a palpable tension between the creative urges of the artist and his destructive impulses.
It takes an extreme amount of courage and personal fortitude to be an artist. In order to make one's best work and be successful, he must pour out his emotions and develop a visual language that best represents his ideas. The works of Kim Gil Hu live and breathe. They come from a soulful place and reach us as honest representations of life, loss, and soul. He has taken on the task of painting the truth, and with his resolve to keep his vision sincere, Kim Gil Hu promises to continue to inspire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