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2005 김길후 단체전 |
2005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SAC 2005 젊은 작가전
'SAC 2005 젊은 작가전 작가전’을 개최하면서
예술의 전당이 주최하는
이번 전시에 선발된 작가는 3명(김길후 김상연 김옥경)으로 모두가 구상영역에서 독자성을 갖춘 작가들로서 개성적인 작업을 선보입니다. 김길후 작가는 백합이나 새, 자기 자신을 화면에 등장시켜 개인의 추억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나아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자신만의 세계를 시적인 표현방식으로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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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세 작가 모두 우리가 쉽게 놓칠 수 있는 순간이나 대상을 포착하여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자연과 인간에 대해 다시금 관심을 가지게끔 유도합니다. 오랜만에 아름답고 정결한 회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합니다. 현대미술은 난해하다고 하지만 이들의 작품은 누구나 즐겁게 감상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 함유된 회화의 맛은 결코 가볍지 않으며 오히려 깊고 풍부한 인간의 체취가 베어나오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전시를 위해 역작을 출품해주신 작가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05.09.22 예술의 전당 사장 김 용 배
김길후의 시적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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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형 창은
하늘을 네모로 자르고
햇볓을 네모로 자른다
산을 네모로 자르고
나무를 네모로 자른다
사람을 네모로 자르고
사랑도 네모로 자른다 (...)
장원상의 시 <窓 · 9> 중에서
"
김길후의 회화는 사물의 인식 문제를 더욱 여과시킨 경우에 해당된다. 다분히 평면적인 구성과 해석, 도상적 표현이 두드러진다. 그의 눈에 비춰진 세계는 현존하는 사물의 세계임과 동시에 거기에서 멀리 떠나 있다. 기억의 뿌리에서부터 올라온 정신적 소재들이다. 과거와 현재 사이에 위치할 법한 시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그는 자아에 투영된 체험적 정서를 풀어내는데, 유난히도 큰 백합, 남성, 물고기의 눈을 가진 사람은 그의 눈에 비춰진 인식 세계의 표현읻. 그는 그렇게 보았다. 꽃 하나 둘 핀 한 가운데에 마주한 자신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기쁨을 얻게 하는 회화다.
그의 그림은 자신의 이야기다. 실상 모든 작품을 화가의 일기장과 같은 것으로 본다면, 김길후의 세계를 이해하는 일은 훨씬 수월해진다. 그의 백합은 성(性), 혹은 여성 이미지이자 바로 작가 자신의 이성관을 대변한다. 화중 인물 역시 작가 자신인데, 물고기 눈은 목어의 눈으로 묘사된다. 일생 동안 눈을 감지 않고 사는 물고기처럼 깨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작가의 금욕적인 이념이 개입되고 있는 부분이라 하겠다.
종종 등장하는 새의 모습은 자유를 찾은 인간의 보편적 모습을 담았다. 특히 <비밀의 화원>에서는 억압된 성의 심리가 남성의 심볼로 드러나는데, 작가는 이를 생명의 영속성과 근원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가 그린 그림은 감상자로 하여금 현실에서는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공간의 한 가운데에 처하게 한다. 그의 캔버스는 평평하시만 구사되는 공간의 깊이감은 심원한 면이 있다. 거기에는 인간과 자연의 행복한 만남이 있으며, 창세기와 현재 사이에 놓인 공간으로의 자유로운 왕래를 유도한다. 그의 조형 공간은 작가 본인의 존재를 되묻는 가상의 공간이요 허구의 공간이다. 우리는 거기에서 작가의 또 다른 페르소나를 만나게 된다.
감윤조(한가람미술관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