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11] 2016 아름다운 블랙, 그 따뜻한 어두움-경북매일

 

아름다운 블랙, 그 따뜻한 어두움

경북매일 | 등록일 2016.01.10 02:01 |  게재일 2016.01.11 | 윤희정 기자 


포항시립미술관 새해기획 `기념비적 인상, 김길후` 展

 

 

▲ 김길후 作 `Secret Garden`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이 새해를 맞이해 한국과 중국 베이징을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서양화가 김길후 작가의 기획전시를 마련했다.

 

오는 1월 14일부터 43일까지 미술관 1, 3, 4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기념비적 인상김길후`전은 동양적 사유세계의 대표적 색채인 검은색의 주조로 직감적이고 울림이 있는 작업으로 주목 받는 김길후 작가의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대구출신 서양화가

 

그리운 어머니 품 속, 불안한 존재감 등 날것의 감정·표현 중점

 

김길후 작가는 국내에서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대구 출신으로 지난 2010년부터 작업실을 중국 베이징에 옮겨 국제적인 감성을 키우고 있다. 2014년 3월엔 서울과 중국 베이징에서 뉴욕 페이스 갤러리 전속 작가인 중국의 송동 화백과 2인전을 열어 화제를 모았고 뉴욕 드로잉센터에서 김길후의 드로잉을 연구할 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작가는 문명의 발전이 낳은 각박한 경쟁사회 속에서 예술적 고민의 돌파구를 일상 속 평범한 민중의 모습에서 찾고 있다그는 유구한 역사 속에 자주 거론되고 있는 `현자(賢者)`, 즉 중국 `성인(聖人)`의 이미지를 평범한 민중들에서 발견하고 이들의 진실함에서 오늘날 진정한 현자(賢者)임을 깨닫게 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름 없는 인물들의 기념비적인 삶에서 진실과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중후하고 비장한 회화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거침없고 직감적인 붓질로 표현주의적(表現主義的)인 회화의 맛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다.

 

 

 

▲ 김길후 作 `Childhood`

 김길후의 그림을 특징짓는 것은 내용적인 특질보다는 형식적인 측면이다단순하면서도 직감적으로 형상을 만들어 내는 그의 작품은 자유와 무의식을 표현하는 `추상표현주의`로부터 영감을 받는다작품은 대상의 테두리 선과 어두운 면 위의 인물들을 휘감는 굵고 풍부한 블랙의 화필을 특징으로 한다그러나 그 내용은 가장 본질적인 상태의 이미지를 추출하기 위해 단순화시킴으로써 감정 상태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으며작품 속의 형상들은 연속적으로 속도감 있게 변주되며선들은 작품을 개성과 활력으로 가득 채운다밑그림 없이 단 한 번에 그어 내린 필력은 이야기 전달을 위한 절제된 표현으로 세련됨을 더한다붓과 못조각칼로 화면에 깊이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검은색 안에 많은 다른 색상을 만들어 내는데 거대한 획이 지나간 자리에 쌓이고 있는 다양한 시간의 층위가 그가 단순히 리얼리티를 재현하고 있지 않음을 암시한다작품들은 표면에 가해진 즉흥적이고 직접적인 표현들은 감성을 자극하는 에너지가 더해짐으로써 더 많은 우연적인 회화의 깊이와 울림을 만들어 낸다.

 

 


▲ 화가 김길후

 

그의 블랙 페인팅은 우울한 어둠을 벗어 던지고 내적인 아름다움을 건져 올린다통용되는 부정의 어둠이 아닌, `따뜻한어둠에 깔린 한국적인 정서를 이끌어낸다그러나 급속도로 변해가는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어머니 품 속 같은 어둠`은 도시 속의 수많은 군중 안에 갇힌 외로운 인간들의 불안한 존재감고독그리고 소외를 대변하는 오브제가 된다짙은 블랙으로 채운 종이 위를 못으로 긁고 망치로 두들겨 바늘처럼 내리꽂히는 날카로운 선을 만들고 검게 칠한 종이의 표면을 찢고 벗겨 내그 밑에 꼭꼭 숨겨져 있던 어둠의 하얀 속살과 못 자국의 `상흔(傷痕)`을 드러낸다흑백의 강렬한 대비판화에서나 볼 듯한 날카롭고 세밀한 선, 2차원적인 평면성의 강조 등의 작품들은 정형화된 인물이나 배경이 아닌 날것의 감정느낌의 표현에 중점을 두고 있다.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국제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역량 있는 영남작가를 발굴해 조명하는 전시회로써 공립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에 그 의미가 클 것이며아울러 21세기 동아시아 회화에 대해 사유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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