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4] 2024 30년 전 백남준이 본 지구촌 미래, 학고재에 있었다-NEWSIS


30년 전 백남준이 본 지구촌 미래, 학고재에 있었다

NEWSIS |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등록 2024.03.14 01:00:00 | 수정 2024.03.14 11:40:52



백남준 <구-일렉트로닉 포인트> 1990 혼합 매체, 320x250x60cm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1990년 지구촌 행사로 부상한 이탈리아 월드컵이 열렸고, 세계인은 들떴다. 이때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낙관주의적 미래관을 견지했다. 1년 전인 1989년의 통일 독일이 실현되는 냉전 종식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 기쁨과 희망찬 미래를 축구공 같은 '구-일렉트로닉 포인트'로 표현했다. 냉전 종식 후 펼쳐진 당시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제창한 세계 화합의 가치를 기리는 작품이다.  TV 모니터를 모아 둥근 원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지구(地球)를 의미하는 한편, 창조적 행위와 예술의 샘터로서의 유희를 상징한다.

 이 작품은 1992년 이탈리아 에스포시치오니 궁전(로마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시작으로 독일 뮤지엄 모더너 쿤스트, 브라질, 프랑스 등에서 전시하며 백남준의 진가를 알렸다.

 34년 전 지구촌 기쁨을 함께 한 백남준의 '구-일렉트로닉 포인트'등 90년대 작품 3점이 학고재갤러리에 공개됐다.

 '구-일렉트로닉 포인트'를 비롯해 64개의 TV 모니터로 이루어진 'W3', 1994년 인터넷으로 지식정보가 보편화되어 인류가 평등의 세계를 건설할 것이라는 작가의 믿음을 반영한 '인터넷 드웰러'도 선보인다.

 학고재는 'W3'는 '주역'의 64괘를 뜻하기도 하면서 미래의 인터넷 세상을 예견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1994년 작품으로 'W3'는 세 개의 ‘W’를 뜻하며 ‘World Wide Web’을 의미한다.

 

백남준, 'W3', 1994, TV 모니터 64개, 가변설치(학고재 설치 전경)


 백남준은 말년에 '주역'을 즐겨 읽었다고 한다. 작품 형상 ‘W’가 위에서 1개, 아래 1개, 좌우 합하여 1개, 총합 3개가 조합된다. 64개의 TV 모니터로 구성되어 있다. 64개는 64비트로, 컴퓨터와 인터넷, 디지털의 세계를 상징한다. '주역' 64괘는 천리와 인간사의 총합을 의미한다. TV 모니터가 64개로 이루어진 'W3'은 인터넷이 다가올 인류사의 추동력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다다익선'(1988), '전자 초고속도로: 미대륙'(1995), 'TV 정원'(2000), 'TV 붓다'(1974), 'TV 첼로'(1976)와 함께 백남준의 예술철학을 대변해 주는 기념비적 작품이다. 

 

  


백남준, 터넷 드웰러 Internet Dweller- mpbdcg.ten.sspv, 1994, 혼합매체 Mixed media, 109.9(h)x131.9x65.9cm


 

 '인터넷 드웰러'는 1994년 인터넷으로 지식정보가 보편화되어 인류가 평등의 세계를 건설할 것이라는 작가의 믿음이 담겼다. 작품의 형상은 사람의 얼굴을 재현하고 있다. 눈과 입은 TV 브라운으로 코는 붉은 네온으로, 귀는 TV의 핵심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9개의 나팔이 뿔처럼 돋아난 머리도 주목된다. 숫자 '9'는 형(器)의 완성을 뜻하는 우리 고유의 수 개념으로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인터넷은 실제 세계만큼 생생하고 감각적이며 인간과 하나가 된 것처럼 가까울 것이라는 예견을 친근한 익살로 표현해낸 것이다.

 

3점 모두 학고재 소장품으로, 백남준·윤석남·김길후 3인전으로 기획한 '함(咸): Sentient Beings'전시에 선보인다.

 

"세 작가의 예술 역정에서 시대의 의미를 찾았다"는 학고재는 "예술은 함께 힘을 합쳐 새로운 길로 나아가려는 의지에서 발화한다"며 "더 나은 내일로 가고자 하는 세 작가의 마음을 ‘함(咸)’으로 표현한 전시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학고재 본관, 학고재 신관 지하 2층, 학고재 오룸에서 펼치는 이번 전시는 고전인 주역의 서른 한 번째 괘에서 착안했다.

 

"함(咸)은 함께(together)라는 우리말에 들어가는 어근이다. 주역의 서른한 번째 괘부터는 사람의 일, 즉 인사에 관련한 괘라고 말한다. 가죽끈이 세 번 끊어지도록 '주역'을 즐겨 읽었던 성인(공자)은 이 괘와 만났을 때 가장 기뻐했다고 한다."

 

학고재 이진명 이사는 "백남준, 윤석남, 김길후의 작품을 모아 함을 주제로한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이 나아갈 방향을 묻고, 우리의 사유가 현대미술과 만나서 창조할 수 있는 상승효과를 전하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전시는 4월20일까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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