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2.16] 2005 예술인의 새해(構想) 10.서양화가 '김동기'-영남일보

 

[예술인의 새해構想 .10] 서양화가 김동기씨
블랙페이퍼의 작가 올해는 서울로 지난해 그룹초대전 참여로 서울서 주목 
고도를 기다리며 테마 시리즈작업 몰입 온통 검은색…그 가운데 '희망' 표현


서양화가 김동기씨가 작업실(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에 걸린 작품 앞에서 자신의 작업과 포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 실존을 테마로 한 표현주의적인 작품을 그리는 서양화가 김동기씨(44·대구 달서구 용산동)는 새해 들어 전에 없던 기대감에 차 있다. 종이에 주로 검은 색조의 그림을 그려 '블랙페이퍼의 작가'로도 불리는 그는 새해 벽두에 서울에서도 알아주는 큰 화랑인 관훈갤러리에서 초대전(1월26일~2월1일)을 연 이후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그룹초대전에도 참여하는 등 독특한 일련의 '블랙' 작업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도 200호짜리 그림을 판매하는 등 인지도를 넓혀 가고 있다.

 "유명 미술관 관계자들이 관심을 표하는 등 반응이 괜찮았습니다. 그래서 올해엔 서울쪽으로 뚫어 보려고 합니다." 그는 상업 화랑보다는 미술관쪽의 초대를 바라고 있다.

 계명대 미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김씨는 5년째 '고도를 기다리며'를 테마로 한 연작시리즈에 몰입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뮈엘 베케트 원작의 이 부조리 연극이 의미하듯 그의 그림은 온통 검은 색을 띠고 있는 가운데 희망, 구원, 절대자를 의미하는 형상들이 나타난다. 어둠 속에서 희게 표현된 인물이나 꽃이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기다리는 인간의 모습이다.

 김씨가 표현한 인물들은 너무 암울해 불안하며, 위태롭기까지 하다. '시지프스 신화'에 나오는 남자처럼, 끝내는 굴러 내려올 돌을 산꼭대기로 쉼없이 밀어 올려야 하는 숙명일지라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그의 메시지가 담긴 그림들이다. 김씨는 "돈이 안되더라도, 그림이 안팔리더라도 미술가는 끝까지 자기 세계를 묵묵히 표현해야 합니다"라고 다짐하듯 말하고 있다.

 부산이 고향인 김씨는 계명대와 대구가톨릭대 등의 강사 생활을 4년 전 모두 접고, 작업실에 칩거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는 대학강사 시절에도 철저히 강의만 하고,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편집증이다 싶을 정도로 그림과의 싸움에만 매달리고 있다. 한때 원예사가 되고도 싶었지만, 초등학교때부터 두드러진 그림 재주를 버리지 못하고 미술가를 택했다는 그는 "진정 좋아하는 일로 직업을 삼으면 불행해진다고 했죠. 그 일로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하며 웃는다.

 그는 아크릴 물감, 종이, 캔버스, 액자틀 모두 최고급만 고집하는 '프로 근성'으로 똘똘 뭉쳐 있다. 그가 어둠 속에서 키운 희망의 꽃들이 활짝 피어날 날이 언제쯤일지 모르지만, 그가 올해 피워 내는 희망의 싹은 여느해보다 크게 자라고 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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