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01.11] 2016 포항시립미술관 김길후 작가 ‘기념비적, 인상’ 展 - 경북·경북도민일보 |
'기념비적 인상, 김길후展' 포항시립미술관, 14일 개막
경북일보 | 남현정 기자 | 승인 2016.01.10 22:38 | 지면게재일 2016년 01월 11일 월요일 지면 13면
韓·中 감성 더한 회화의 진수
포항시립미술관은 새해 첫 기획전으로 국제적 감성이 돋보이는 영남 출신 화가를 조명한다.
'기념비적 인상, 김길후展'이 14일부터 4월 3일까지 미술관 1층 전관에서 펼쳐진다. 계명대 회화과 석사졸업 후 한국과 중국 베이징을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 작가의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국내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김 작가는 그동안 묵묵히 작업에 전념하다 2010년부터 중국 베이징으로 작업실을 옮겨 국제적 감성을 키웠다. 이후 역사 속에 자주 거론되고 있는 '현자(賢者)', 즉 중국 '성인(聖人)'의 이미지를 평범한 민중들에서 발견하고, 이들의 진실함에서 오늘날 진정한 현자(賢者)임을 전한다.
이번 전시는 이름 없는 인물들의 기념비적 삶을 통해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회화작품 50여 점으로 구성된다.
동양적 사유세계의 대표적 색채인 검은색을 주조로 '어머니 품 속 같은 어둠'을 표현한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부정의 어둠이 아닌 '따뜻한' 어둠에 깔린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낸다.
작품은 우울한 어둠을 벗어 던지고 내적인 아름다움을 건져 올린 블랙 페인팅이 주를 이룬다. 대상의 테두리 선과 어두운 면 위에 인물들을 휘감는 굵고 풍부한 블랙 화필이 특징이다.
밑그림 없이 단 한 번에 그어 내린 필력은 개성과 활력감을 전한다. 거침없고 직감적인 붓질로 표현주의적(表現主義的) 회화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즉흥적인 표현은 감성적 에너지가 더해짐으로써 회화의 깊이와 울림을 만들어 낸다.
형상은 연속적으로 속도감 있게 변주된다. 단순하면서도 직감적으로 만들어 내는 그의 작품은 자유와 무의식을 표현하는 '추상표현주의'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짙은 블랙으로 채운 종이 위를 못으로 긁고 망치로 두들겨 바늘처럼 내리꽂히는 날카로운 선을 만들었다. 검게 칠한 종이의 표면을 찢고 벗겨 내, 그 밑에 꼭꼭 숨겨져 있던 어둠의 하얀 속살과 못 자국의 '상흔(傷痕)'을 드러낸다. 흑백의 강렬한 대비, 판화에서나 볼 듯한 날카롭고 세밀한 선, 2차원적인 평면성의 강조 등의 작품들은 정형화된 인물이나 배경이 아닌 날것의 감정, 느낌의 표현에 중점을 뒀다. 이야기 전달을 위한 절제된 표현으로 세련미를 더한다.
그러나 급속도로 변해가는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어머니 품 속 같은 어둠'은 도시 속의 수많은 군중 안에 갇힌 외로운 인간들의 불안한 존재감, 고독, 그리고 소외를 대변하는 오브제가 된다.
포항시립미술관 관계자는 "다른 색상을 겹쳐 만들어낸 검은색 화면과 붓과 못, 조각칼로 화면에 깊이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거대한 획이 지나간 자리에 쌓이고 있는 다양한 시간의 층위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며 "김 작가는 가장 본질적인 이미지를 추출하기 위해 형태를 단순화시킴으로써 감정 상태를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매체와 설치미술이 펼쳐지고 있는 국제 미술시장에서 오랜 역사를 안고 있는 동아시아 회화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개막행사는 14일 오후 4시에 마련된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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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세요?… 짙은 어둠에 깔린 따뜻함이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 승인 2016.01.14
포항시립미술관, 4월 3일까지 김길후 작가 ‘기념비적, 인상’ 展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이름 없는 인물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이 전시실 가득 펼쳐진다.
포항시립미술관은 어둠 속, 거침없는 붓질로 무의식의 자유를 노래하는 김길후 작가의 전시 ‘기념비적, 인상’展을 오는 4월 3일까지 연다.
현대는 활자, 이미지, 소리 등 과잉의 시대다. 모든 것이 넘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을 내보이는 것에 서툴다. 이런 시류 속에서 김 작가의 작업은 단연 독특한 울림을 전한다.
한국과 중국 베이징을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 작가는 동양적 사유세계의 대표적 색채인 검은색의 주조로 작품을 토해내고 있다. 그는 예술적 고민 속, ‘현자(賢者)’, 즉 중국 ‘성인(聖人)’의 이미지를 평범한 민중들에서 발견하고 이들이 오늘날 진정한 현자(賢者)임을 깨닫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름 없는 인물들의 기념비적인 삶에서 진실과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작품 5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검은색과 ‘얼굴’이라는 형상, 질감으로 요약되는 그의 작업은 오브제의 아웃라인과 어두운 지면 위의 인물들을 휘감는 굵고 풍부한 블랙의 화필이 특징이다.
밑그림 없이 단 한 번에 그려 내려간 필력은 이야기 전달을 위한 절제된 표현으로 세련됨을 더한다. 붓과 못, 조각칼로 화면에 깊이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검은색 안에 또 다른 검은색의 스팩트럼을 만들어 낸다.
그의 작품 속 형상, 즉 얼굴은 때로는 선명하게, 또 때로는 불확실에게 떠오른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작품 속 인물들이 대부분, 표정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김 작가는 결국, 삶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어둠 속에 감춘 채, 오롯이 인간, 그 자체를 바라본다. 그리고 너와 나, 세계와 주체를 ‘얼굴’이라는 하나의 얼개 속에 담는다. 날 것으로 토해내진 수 많은 얼굴은, 그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이자 또 다른 자아다. 그와 동시에 세계를 살아가는 수 많은 ‘나’ 즉, ‘우리’다.
김길후의 블랙 페인팅은 우울한 어둠을 벗어 던지고 내적인 아름다움을 건져 올린다. 김길후는 통용되는 부정의 어둠이 아닌, ‘따뜻한’ 어둠에 깔려 있는 한국적인 정서를 이끌어낸다.
그러나 급속도로 변해가는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그 따뜻한 어둠은 도시 속의 수많은 군중 안에 갇힌 외로운 인간들의 불안한 존재감, 고독, 그리고 소외를 대변하는 오브제가 된다. 짙은 블랙으로 채운 종이 위를 못으로 긁고 망치로 두들겨 바늘처럼 내리꽂히는 날카로운 선을 만들고 검게 칠한 종이의 겉 표면을 찢고 벗겨내 그 밑에 꽁꽁 숨겨져 있던 어둠의 하얀 속살과 못 자국의 상흔을 드러낸다.
“언어가 사유를 복사하지 않고 존재의 발원적인 의미를 드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언어가 이미 사용된 것을 경험적 소재로 만족하지 말아야 하므로, 언어의 진정한 사용은 침묵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메를로 퐁티, ‘간접적인 언어와 침묵의 목소리’ 125쪽)
김길후는 작품 속 인물을 서사로 활용하는 대신, 거친 붓질로 무의식 혹은 잠재된 욕망을 탈출 시킨다. 그것은 화려한 색채를 거둬내고, 블랙의 농담을 통해 조용히 이뤄져 오롯한 ‘나’를 표면 위에 떠오르게 한다.
작가노트에서 그는 “나는 순수하고 임의적인 공간에서 지혜의 견자가 되고 싶다. 타자의 과거와 현재를 바깥에 위치지우고 미래를 사유하고 싶다. 미래적 과거, 미래적 현재. 그 타자의 미래는 나의 미래다. 현재의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타자를 통해서 나를 보는 것이다. 임의의 공간. 그 공간의 속도가 극한에 도달하는 세상의 아침에서 대상과 나는 텅 빈 충만의 공간이 된다. 타자의 숨결이 나의 숨결이 되어 나는 자신을 보는 견자가 된다.”고 썼다.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은 “김길후 작가는 거침없이 표현해 나가는 에너지가 강력한 작가”라며 “새해를 맞아 절제와 침묵의 미학을 자랑하는 동양미술과 사상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특히 국제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역량 있는 영남작가를 발굴, 조명함으로써 공립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에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5일 오후 2~4시까지 미술관 전시실 및 로비에서는 김길후 작가의 작품을 조명하고 사유하는 특별강좌가 열린다.
이날 특강에는 손융쩡 화이트박스미술관장, 위천야 화이트박스미술관 총감독 등 중국 거물급 미술 관계자와 지역미술인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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