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6] 2021 일필휘지의 붓질과 찰나의 직관을 캔버스에 옮기는 김길후-매일신문

 

일필휘지의 붓질과 찰나의 직관을 캔버스에 옮기는 김길후

우문기 기자 | 매일신문 | 입력 2021-07-26 11:17:41 수정 2021-07-26 11:06:50 

 

 

 

 대구 달성군 가창면 화실에서 선 수행하듯 그림을 그리는 화가 김길후(61). 그는 주제와 대상보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에 몰두하며 특유의 질박한 필치로 문명이전의 혼돈의 세계를 화폭에 펼쳐내고 있다. 관습보다 본성의 마음으로 회귀하고자 노력하며 만물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검은색을 중심으로 일필휘지와 찰나의 직관을 조형수단으로 삼아 왔다.


 이러한 작가적 창작행위는 지난 4월 제11회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을 거머쥐면서 국내 미술계에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김길후는 이 수상을 기념하는 자리로 서울 학고재 아트센터에서 개인전 '혼돈의 밤'을 열고 근작 회화와 조각 등 23점을 선보이고 있으며, 동시에 학고재오룸 온라인(online.hakgojae.com)을 통해 회화 42점을 전시하고 있다.




 "예술 표현의 핵심은 작품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겠다는 욕구를 지우는 데 있죠. 노동과 놀이가 일치된 상태이자, 의무감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신을 위해 행하는 행위만이 진정한 예술적 표현에 다가갈 수 있다고 봅니다."


 작가의 이런 신념은 '붓을 들고 흐드러지게 진한 춤을 추는 무당'처럼 자신의 호흡과 직관을 회화적 물성으로 펼쳐내게 만든다. 이번 전시 제목 '혼돈의 밤'은 만물의 소생에 앞선 원시적 상태를 일컫는 말로, 작가가 수년 간 연마해온 예술적 표현의 결실을 내보이는 자리다.


 무엇보다 김길후 그림의 특색은 즉흥적으로 그려낸 추상의 형상이 풍부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구름이 사람의 형상을 띠다가도 바람에 흩어져 동물이나 식물처럼 보이는 것과 닮아 있다.


 2021년 올해 작품 '무제'를 보면 흑백의 바탕에 동색, 구리색, 청색의 물감이 어우러져 있는데 주조를 이루는 색은 검은색으로 무(無)를 상징한다. 검은색은 아름다움과 추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작가의 혼란과 두려움을 투영한 빛깔이기도 하다.


 1999년 김길후는 자신의 작품 1만6천여점을 모두 불태워 버린 적이 있다. 이후 한동안 바깥세상과 인연을 끊고 무채색 회화에만 몰두했었다. 그 결과 검은 화면은 모든 빛의 가능성을 끌어안는 포용의 색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2016년에 접어들면서는 회화의 영역을 벗어나 입체와 설치로까지 작업을 확장했다. 자투리 합판이나 각목을 이용해 삼발이형 인물상을 만든 게 지금까지 대략 100여점. 이번 전시에서는 그 중 3점을 선보이고 있다.


 "제 화면은 형상이 풀어져 추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표현주의입니다. 표현주의가 독일에서 시작됐다지만 사실 인간이 존재했던 시간만큼 표현주의도 존재했죠. 동굴 벽화도 자세히 보면 표현주의이죠." 평면이 됐든 입체가 됐든 김길후의 필치가 스치고 지나가면 순간 기운이 생동하게 되는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은 작가적 경륜과 내공이 허투루 만들어진 것이 아니란 걸 느끼게 된다. 전시는 8월 22일(일)까지. 02)720-1524~6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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