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30] 2021 익숙함 버리고 모험 택한 작가들 나를 지우니 예술이 왔다-매일경제

 

익숙함 버리고 모험 택한 작가들…"나를 지우니 예술이 왔다"

매일경제 | 전지현 기자 | 입력 :  2021-07-30 17:09:09 수정 :  2021-07-30 17:56:19 


화가 김길후, 기존 작품 소각후 이름까지 바꾸고 열정 불태워 새로운 추상표현주의로 변신 

 


물감이 불길처럼 타오르는 그림 '무제' 앞에 선 김길후 작가. [사진 제공 = 학고재 갤러리] 

 

 김길후 작가(60)는 마흔 살을 앞둔 1999년 기존 작품 1만6000여 점을 불태워버렸다. 사실주의, 민중미술, 추상표현주의, 구상화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지만 '내 예술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어떤 시류나 화풍에 영향을 받는 게 싫어서 '아는 것을 다 잊어버리자'는 결심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000년부터 3년간 사람을 안 만나고 홀로 작업실에서 찾은 답은 '블랙 페이퍼'였다. 흰 종이에 검은색으로 그림을 그렸다. 검은색은 색채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게 해줬다. 그는 "어떤 색을 고를까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혼란이 사라졌다"면서도 "검은색은 다루기 어려워 절제된 붓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3년에는 김동기에서 김길후로 개명해 새로운 작가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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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인정을 받은 작업 관습을 과감하게 버리고 모험을 감행한 두 작가가 새로운 작품들을 들고 개인전을 열었다. 학고재 신관에서는 김 작가의 '혼돈의 밤'이 8월 22일까지 펼쳐지고, 학고재 본관에서는 최 작가의 개인전 'Unfold(펼치다)'가 8월 29일까지 개최된다.


 

 

 

 김 작가 전시장에는 검은색 바탕에 색채들이 불길처럼 타오르며 역동적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작품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겠다는 욕구를 지우고 그리는 행위 자체에 집중한 '물아일체(物我一體)' 경지를 보여준다.


 

 

 순수한 아이 마음으로 돌아가 노동과 놀이가 일치된 상태라고 한다. 김 작가는 "예술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서 중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는데,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이 이번 전시작들이다"며 "그림에서 나 자신을 빼는 게 가장 중요하다. 특별한 대상을 그리기보다 구름처럼 형태가 없지만 보는 시선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는 것을 그린다"고 말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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