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4] 2021 '익숙함'을 불태우자 예술혼이 타올랐다-한국경제

 

'익숙함'을 불태우자 예술혼이 타올랐다

한국경제 | 성수영 기자 | 입력2021.08.04 17:23 수정2021.08.05 02:34 | 지면A26 

 

추상화가 김길후 작품 소각·개명 등 끊임없는 변신 꾀해



 화가 김길후(60)는 1999년 자신이 그린 작품 1만6000여 점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질렀다.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개척하기 위해 무(無)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였다. 2013년에는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이름을 김동기에서 김길후로 바꿨다. 자신의 인생행로처럼 파격적이고 자유로운 추상화를 그리는 김 작가는 지난 4월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을 받는 등 최근 미술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치열한 예술혼을 불태우는 두 작가의 전시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각각 열리고 있다. 최수앙 개인전 ‘Unfold’와 김길후 개인전 ‘혼돈의 밤’이다.


 김길후는 이번 전시에서 회화 20점과 조각 3점을 선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무제’(2021). 흑백의 바탕에 폭 15㎝의 평붓으로 단숨에 그은 동색 구리색 청색의 선들이 강렬한 조화를 연출한다.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그가 작품을 그리는 모습을 두고 “붓을 들고 춤을 추는 무당 같다”고 했다. 자아를 의식하지 않고 단숨에 붓 가는 대로 그려야 예술과 우주의 본질을 만날 수 있다는 게 김 작가의 지론이다.



 ‘노자의 지팡이’(2019)는 삼발이 형태의 뼈대와 지팡이 모양의 나무, 회화를 섞어 만든 조각이다. 작가는 “세속적인 가치에 얽매이지 않고 원시적인 본질로 회귀하고자 한 노자의 사상을 떠올리며 만들었다”고 했다. 이런 설명처럼 작가 자신도 상업적인 성공엔 별반 관심이 없다. 이번에 나온 그의 150호 작품 가격은 10억원이다. 판매 수익을 올리려는 계산 없이 작가가 뜻대로 매긴 값이다.

 김 작가는 베니스비엔날레 중국관 예술감독이던 왕춘천(王春辰)의 기획으로 2014년 베이징 화이트아트박스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여는 등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독창적인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학고재갤러리의 온라인 전시에서는 전시장에 나오지 않은 작품까지 42점의 그림을 볼 수 있다. 전시는 22일까지./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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