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14] 2008 갤러리 SAM '민감한 그릇' 단체전

욕망에 흔들리는 인간의 몸이여!

부산일보 | 임광명 기자 | 입력: 2008.08.14 

 


 

'민감한 그릇' 전 25일까지 갤러리 샘 

 

 요즘 미술평론가 강선학 씨를 보려면 갤러리 샘(051-510-5480)에 가면 된다. 비상근이지만 그곳의 기획을 총괄하고 있다. 갤러리 샘은 ㈜세정의 사옥빌딩(부산 금정구 부곡3동) 1층의 한쪽에 마련돼 있다. 기업체가 비영리를 내세우며 미술전시장을 연 것이다.


 강 씨가 주도한, 갤러리 샘의 첫번째 기획전이 오는 25일까지 계속되는 '민감한 그릇' 전이다. 민감한 그릇?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 조합인데, 전제가 붙는다. '욕망의' 민감한 그릇이란다. 욕망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인간의 몸을 말한다.


 불교에서 자주 듣는 말로 '제분기(製糞器)가 있다. 가만 있으면, 사람의 몸은 그대로 '똥 만드는 기계'에 불과하다는 거다. 똥은 이런저런 냄새나는 욕망일 테다. "한때 불가(佛家)에 몸 담을 뻔했다"는 강 씨가 그런 생각으로 전시를 기획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단지 이렇게 말할 뿐이다. "강박과 욕망에 민감한 몸, 육체. 자신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화려한 수사로 얽혀 있는 욕망? 내가 나인 순간은 언제인가? 그런 물음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그를 위해 끌어들인 작가는 김동기(47), 백지연(27), 허양구(37) 세 사람이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허양구의 작품은 높이 2m 앞팎의 큰 화면을 가득 채운 여성 얼굴 그림이다. 묘사는 치밀하고 색상은 화려한데, 그래서 극사실적 표현인데도 오히려 비현실적인 느낌이다. 어느 누구의 얼굴 같은데도 실상은 아무의 것도 아닌 얼굴이다.


 그에 비해 부산의 백지연 작품은 수많은 선과 색들로 해체된 얼굴을 보여주지만, 사실적인 묘사가 담아내지 못하는 인간의 분노나 슬픔이 원초적으로 다가온다.


 부산이 고향이지만 대구에서 활동하는 김동기의 작품은 흑백의 색채가 대비되는 꽃밭, 남자, 나비 등을 통해 은밀한 성을 은유하고 있지만, 종이를 찢거나 뜯어서 표현되는 인체의 묘사는 심리적 갈등과 상처, 불안 등을 의미한다.


 "벌거벗은 몸을 드러내는 것 역시 욕망의 표현이고, 자해하듯 선을 긋는 행위 역시 강박과 욕망의 민감함에 의한 것이다. 세 작가의 작품들은 그런 인간의 몸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또 어떻게 봐야 하는가, 그렇게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는 게 강 씨의 설명이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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