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6] 2008 [김영동의 전시 찍어보기] 김동기 초대전-매일신문

 

[김영동의 전시 찍어보기] 김동기 초대전

매일신문 | 미술평론가 김영동 | 입력 2008-05-16 07:45:33 수정 2008-05-16 07:45:33

 


 

시간의 심연(자궁)으로부터 불러낸 아름다움 

 

 검은색으로 그린 형상들로만 가득한 그림먹색의 바탕 위를 긁고 할퀴어 낸 자국들이 드러내는 종이의 새하얀 속살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그림김동기의 전시장에 들어서면 작품들은 온통 검은색이다그의 작품세계는 첫눈에 고통이나 암흑우울을 상징하는 듯하다작품의 주 내용은 인간의 실존적 삶과 자신의 유년 체험을 탐구한 것 등인데간혹 은폐하듯 드러내는 지독한 슬픔과 소외 등은 특히 성장기에 겪는 힘든 삶의 고통을 반영한다그것은 개인적인 것이면서도 인간 내면의 보편적인 정서인 실존의 고통이기도 하다특히 식물과 나체의 인간으로 구성되는 많은 작품들은 자연과 원시적 본능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는 관조의 유현한 깊이를 표상하는 것으로서 현대인이 상실한 경험을 체험시켜준다.

 

 그의 검은색은 가만히 들여다보면 곧 수묵화의 흑백 세계에 익숙한 우리의 심성에 금방 차분하게 와 닿고 오히려 편안한 마음마저 느끼게 한다화면을 지배하는 감정이 격정적이고 격렬하면서도 유연한 선들에 의해 표현된 형태들이 흑백의 색감 안에서 통제되고 조화를 낳는다덤불을 이루는 화초나 식물의 구근 형태들과 그 속에 숨겨진 곤충이나 알애벌레들 그리고 어린 물고기나 개구리와 같은 생물들은 자연에 밀착된 정서와 관찰로부터 얻어낸 경험 세계의 미세한 표현들이다오밀조밀한 세계가 야취가 느껴지는 거친 표현들 속에서 우리를 시간의 심연으로 이끌고 가 잊고 있었던 과거의 흔적을 더듬게 한다그것은 결코 감상에 빠져들게 하는 세계가 아니라 잃어버린 꿈을관조적 생활을 환기시키는 세계이다진실한 예술을 얻는 한 방법이 기억으로부터 불러내는 경험에 의해 결정된다. '생의 흐름을 관조적으로 현재화시키는 일'. 그것을 작가는 작품에서 형상으로 구현시키고 있다.

 

 왕성한 작업의욕을 가지고 한창 활동하는 시기에 있는 작가를 전문 박물관이 이렇게 총체적으로 조명해주는 일은 흔치 않다더구나 지역에서 이런 큰 규모의 전시회로는 이례적이다전시 일정도 넉넉하게 잡아서 한달간의 기간인데 그동안 작가와 관객들이 참여하는 갤러리 토크 같은 프로그램의 마련이 없는 것이 조금 아쉽다외국의 대형 미술관들이 지역 화가를 위한 배려를 배제하지 않는 점이 인상 깊었는데 이번 인당박물관 기획은 그런 점에서 매우 돋보인다인당박물관의 건축적인 구성미도 전시 감상과 함께 누려볼 특기할 만한 즐거움을 준다군더더기 없이 경쾌한 눈 맛을 제공하는 공간 구성미와 기능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이동공간이 다양한 실내 분위기를 연출해 즐거움을 더해준다전시 작품의 배열에 쏟은 세심한 손길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참고>

[공지]2008 김영동의 전시 찍어보기 김동기.. : 네이버블로그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