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2] 2021 자아를 지운 일필휘지 붓질…김길후 개인전 '혼돈의 밤'-연합뉴스 |
자아를 지운 일필휘지 붓질…김길후 개인전 '혼돈의 밤'
연합뉴스 | 강종훈 기자 | 송고시간 2021-07-22 08:10
학고재 갤러리서 개막…신작 회화 등 23점 전시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림에서 나 자신을 빼는 작업입니다. 자아를 지우고 그림에 몰두해야 합니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붓이 그린다고 생각해요." 검은 캔버스 위에 물감이 살아서 움직인 듯한 강렬한 형상이 남았다.
검정 색감과 거친 붓질의 흔적이 뒤엉켜 만들어진 화면은 무작위로 그린 추상같으면서도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21일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개막한 개인전 '혼돈의 밤'에서 공개된 김길후(60)의 신작이다
대형 평붓으로 빠르게 완성한 그림은 작가의 몸짓과 호흡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김길후는 특정한 대상을 염두에 두지 않고 붓에 몸을 맡겨 즉흥적으로 단숨에 그려낸다. 흑백 바탕 위에 동색, 구리색, 청색의 물감이 어우러진다.
전시 제목 '혼돈의 밤'은 만물의 소생에 앞선 원시적인 상태를 가리킨다. 그림은 칠흑 같은 어둠과 죽음의 그림자, 원초적인 생명의 기운을 동시에 드러낸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예술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 중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다"라며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은 모습이 이번 전시작들"이라고 말했다.
예술 표현의 핵심은 작품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겠다는 욕구를 지우는 데 있다고 믿는다는 그는 "자아에 통제받지 않기 위해 순식간에 선을 그려낸다"고 했다.
그는 "구름이 바람결에 움직이면서 나타내는 형상이 바뀌듯 작품을 보는 사람마다 다른 것을 보길 바란다"라며 "작가의 개입이 빠져야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환갑을 맞은 중견화가 김길후는 널리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지난 4월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을 받는 등 최근 국내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999년 그는 자신의 작품 1만6천여 점을 불태웠다.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화면을 추구하기 위해서였다. 2013년 이름을 김동기에서 김길후로 바꾼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최근까지 베이징에 거점을 두고 작업해온 그는 베네치아비엔날레 중국관 예술감독이었던 왕춘천(王春辰)의 기획으로 2014년 베이징 화이트 아트박스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여는 등 중국에서 독창적인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는 올해 제작한 신작 회화 19점을 비롯해 총 23점을 소개한다. 학고재 오룸을 통한 온라인 전시에서는 총 42점의 회화를 살펴볼 수 있다. 다음 달 22일까지./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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