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3] 2021 학고재, ‘김길후: 혼돈의 밤’ 전시회 역동적인 붓질로 그려낸 최근 작품-문화뉴스

 

[공감리뷰] 학고재, ‘김길후: 혼돈의 밤’ 전시회···역동적인 붓질로 그려낸 최근 작품 전시

문화뉴스 | 박준아 기자 | 입력 2021.07.23 09:30 | 수정 2021.11.03 17:09 

 

8월22일까지 학고재 온·오프라인에서 김길후 개인전 개최 

올해의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 수상 작가 ‘자아’를 뺀 ‘붓의 힘’으로 회화의 본질 표현 

 

 [문화뉴스 박준아 기자] 7월 21일(수)부터 8월 22일(일)까지 학고재 아트센터 및 학고재 오룸(이하 학고재)에서 김길후 개인전 ‘혼돈의 밤’이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베이징을 오가며 활동하는 김길후 작가가 학고재에서 여는 첫 개인전이다.




 올해 4월, 제11회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을 받으면서 국내 미술계에 새로운 주목을 받는 김길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역동적인 붓질로 그려낸 최근 작품들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김 작가는 기존의 방식을 청산하고 완전히 새로운 화면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로 1999년, 자신의 작품 1만6천여 점을 불태웠다. 그리고 2013년, 김동기에서 김길후로 개명하며 끊임없이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탈바꿈하고자 노력했다. 

 7월 21일, 학고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길후 전을 미리 만나보았다.


혼돈의 밤: 원시의 혼돈을 가르는 붓 

 

 그의 작품은 검은색을 기본적인 틀로 사용한다. 검은색은 혼돈/카오스, 빛이 존재하기 이전의 상태로서 만물의 시작 혹은 빛조차 모두 사라진 끝을 상징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혼돈의 밤’도 만물의 소생에 앞선 원시적인 상태를 가리킨다.


 

 김길후 작가의 ‘무제(Untitled)’, 2021년 모든 작품들의 제목은 ‘무제無題’다. 그림의 대상과 형태를 규정 짓지 않으려는 작가의 의도가 들어있다. (사진=학고재 제공)

 

 김길후 작가의 작업은 작은 화면부터 가로 2m 세로 3m의 대형 캔버스까지 온 몸을 던지다시피 하며 넓은 붓으로 단숨에 이뤄진다. 작가는 주제와 대상보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에 몰두한다. 작품에는 그의 몸짓과 호흡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듯 하다.

 김 작가는 화면에 그림을 그리는 작가 자신과 대상들이 모두 빠진, 회화 그 자체의 본질과 힘을 담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만드는 것이 ‘붓’이다. 작품을 보면 검은색의 화면에서 역동적이고 속도감 있는 붓의 움직임이 강하게 느껴진다. 

 작품 설명에서 그는 “그림에서 자아를 뺏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여기서 작가가 말하는 ‘자아’란 작가가 그림을 그리며 드는 상념 등을 이르는데, 구체적으로는 ‘보는 사람이 어떻게 봐줄까 하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작가에게 이런 상념은 곧 작가의 순수한 표현 위로 조작되고 인위적으로 덧붙여짐이었다. 이러한 ‘자아’를 잊고자 하는 시도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빠른 속도와 연결된다. 


 일반적인 서양화와 달리 시간을 들여 덧칠하지 않고 한개의 붓으로 한 번에 작품을 완성하는 방식은 작위성을 줄이고 즉흥성에서 오는 우연함, 리듬과 에너지(작가는 호흡이라고 표현함)를 화면에 담는다. 이런 작업은 그림을 그리는 시간동안 작가에게 높은 집중력과 몰입도를 요구한다. 이 과정을 작가는 도교의 ‘무아’, 불교의 ‘삼매’, ‘자아의 상실’이란 말을 빌어 표현했다.

 일필휘지(一筆揮之), 글씨나 그림을 단숨에 쓰거나 그려나감을 뜻한다. 일필휘지는 어느 한 경지에 오른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한다. 김작가의 작업을 이 말처럼 잘 표현 한 말이 있을까? 그림을 그리는 일을 붓으로 하는 진검승부에 비유하는 작가의 각오와 철학이 작품을 통해 그대로 전달된다.

 김길후 작가는 일정한 대상을 그리지 않고, 검은 화면 안에서 물감과 붓이 지닌 힘을 이용해 자기의 호흡으로서 자아를 잊고 몰두하여 형태를 피어오르게 한다.  

 

직관과 낯선 이미지, 삼발이 인물상

 


김길후 작가 ‘노자의 지팡이’, 낯선 이미지를 위해 3개의 다리를 갖은 조형물이 됐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 회화작품과 입체작품 3점도 함께 전시된다. 이 중 ‘노자의 지팡이’는 2016년 이후부터 합판이나 골판지 등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한 삼발이 인물상 중 하나다. 


 정교한 계획 없이, 회화의 화면을 구성하듯 형태를 구축해 입체작품들을 만들었다. 직관적으로 재료를 선택하고 제작하는 입체작품들 또한 회화작품과 마찬가지로 ‘자아’를 빼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 

 


  

 올해 환갑을 맞아 더 특별한 전시가 되었다는 김길후 작가는 “세계 곳곳을 떠돌며 찾던 ‘예술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이번 작품들로써 풀어놓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김길후: 혼돈의 밤’은 8월 22일까지 학고재 아트센터에서 올해 제작한 최신작 19점을 비롯해 총 23점과 동시에 학고재 오룸(OROOM 학고재 온라인갤러리)에서 오프라인 전시에 포함되지 않은 작품을 포함해 총 42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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