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30] 2011 BLACK, 감추거나 포장하거나-영남일보

BLACK, 감추거나 포장하거나

영남일보 | 입력 2011-03-30 | 발행일 2011-03-30 제22면 | 수정 2011-03-30 07:49 

 


 

 

 그림에서 블랙이 주는 이미지는 어떨까. 화가는 블랙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그림으로 형상화시켜 나갈까.

 한기숙갤러리가 5명의 작가들을 초대해 블랙이 그림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표현되었는지를 짚어보는 전시를 마련했다. '블랙 에너지- 드러남과 감추임전'을 통해 블랙의 묘한 아름다움을 잘 형상화하고 있는 5명 작가의 작품들을 보여준다.

 김길후에게 있어 블랙은 모든 것을 드러내는 동시에 감춰주는 색이다. 작가는 "가시적인 밝음을 표방하는 빛보다는 정직한 어둠이 더 편안하다"고 말한다. 신이 태초에 어둠 속에서 빛을 만들었듯이 인간은 어머니 자궁의 어둠 속에서 처음 잉태되어 어둠 속에 눈을 감는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블랙의 어두운 단면이 아닌, 그 뒤에 가려진 무수한 빛의 단면들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보인다.

 박정란은 과감한 붓 터치와 블랙의 대비를 통해 작가의 무의식적인 욕망과 동물적 에너지를 잡아낸 작품을 내놨다. 작가는 블랙 작업에 대해 "밝은 것을 생각함으로써 명료한 의식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것을 의식함으로써 명료한 의식에 도달한다"고 말한다.

 흑백사진 작업을 보여주는 서진은은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삶을 속옷이라는 소재를 통해 담아낸다. 은밀한 속옷을 보여주지만, 감추고 있는 듯한 모습에서 진실과 거짓, 선과 악, 과거·현재·미래까지 상상할 수 있다.

 추종완은 기이하게 변형된 형상을 검은색으로 표현함으로써 현대인의 감춰진 모습을 보여준다. 파괴된 대상은 현대인이 벗은 허물이기도 하고, 때로는 포장된 모습으로 살아가는 가면이기도 하다.

 마치 흑연덩어리처럼 느껴지는 최병소의 블랙은 촉각적이고 숭고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지우는 행위를 통해 읽을 수 있는 무언가가 소멸되지만, 다시 채워짐이 반복되는 가능성도 담고 있다. 작가의 지우고 채워진 행위를 통해 관람자들은 멈춰지지 않는 연속성을 만날 수 있다. (053)422-5560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