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1] 2014 베이징 '화이트박스'서 한국 작가 첫 개인전 여는 김길후-매일신문

 

베이징 '화이트박스'서 한국 작가 첫 개인전 여는 김길후

매일신문 | 이경달 기자 | 입력 2014-11-21 07:39:25 수정 2014-11-21 07:39:25 


중국 초거물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작품" 




 

 4년여 전, 세계적인 미술가가 되려면 세계미술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작업 터전을 대구에서 서울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중국 베이징으로 옮긴 작가가 있었다. 패기 하나 믿고 일을 밀어붙일 나이도 아닌 50대 작가가 아무런 기반도 없는 곳에서 밑바닥부터 다시 작가 인생을 시작해야 하는 것은 모험이 아니라 일종의 도박이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모두 베이징행을 만류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쏟아졌던 의심과 걱정의 눈초리를 씻어내듯 자신이 말한 약속을 지켰다. 그는 김길후 작가다. 김동기에서 이름도 바꿨다. 계명대 미술대학 출신이다.


 그는 베이징 798예술구에 있는 '화이트박스'에서 한국인 작가로는 처음으로 대규모 개인전(11월 15일~12월 4일)을 갖고 있다. 340여 개의 갤러리가 운집해 있는 798예술구는 세계 미술계에서 떠오르는 신천지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서 화이트박스는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중국관을 후원하는 등 798예술구를 대표하는 갤러리다. 지금 대구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갖고 있는 사진작가 왕칭송을 비롯해 허윈창, 쟝샤오타오, 슈용, 미오샤오충 등 내로라하는 중국 작가들이 화이트박스 협력작가로 활동 중이다. 이들은 중국 현대미술계의 거장으로 '4대 천왕'으로까지 불리는 이의 뒤를 이어 중국 미술계를 이끌어 갈 차세대 작가로 꼽힌다.


 이번 개인전은 김 작가의 작품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은 순융쩡 화이트박스 대표의 결단으로 이루어졌다. 순융쩡 대표는 "김 작가는 유행을 따르기보다 자기만의 색깔을 현대적으로 담아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의 작품은 재료와 입체감 등에서 남다르다. 특히 동양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 그의 작품에는 평온함과 현대인의 내면적 갈등이라는 모순된 요소가 두루 녹아 있다. 재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내면의 경험을 작품에 잘 투영한다면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인전 기획은 왕춘천 베이징 중앙미술학원 교수가 맡았다.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중국관을 이끌었던 '초거물'급 인사인 왕춘천이 무명에 가까운 김 작가의 개인전 기획을 맡은 것은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왕춘천은 "김 작가는 모더니즘의 형태를 추종하지 않고 한국적 문화와 자신의 경험, 그리고 지각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형태를 창조했다. 특히 그의 작품은 현대적이지만 어떤 것으로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면을 갖고 있다. 검은색을 주로 사용하지만 입체감이 살아 있고 작품 속 인물은 단순한 형태로 표현되어 있지만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그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작품으로 표현할 줄 아는 작가다.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어 이번 전시 제목을 심인(心印'마음의 흔적)이라 명명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인전은 김 작가 개인뿐 아니라 지역 미술계에 던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동안 많은 국내 작가들이 중국 무대를 두드렸지만 쉽게 이루지 못한 일을 김 작가가 해낸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개인전은 개인의 성과를 뛰어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개인전을 통해 김 작가는 세계무대에 자신의 이름을 알릴 발판을 마련했다. 15일 열린 개막식은 20여 개 중국 언론이 참석하는 등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거장 왕광이가 전시를 관람한 데 이어 중국을 대표하는 독립 큐레이터가 중국의 카카오로 불리는 위챗(we chat)을 통해 전시 소식을 알리면서 중국 미술계에서 김 작가의 위상은 수직으로 상승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서울이 아니라 지방 작가들도 열심히 하면 잘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주고 싶었다. 동료, 후배 작가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 것 같아서 매우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꿈꾸는 최종 목적지는 작가라면 누구나 서고 싶은 뉴욕현대미술관이다. 그는 이번 전시를 자양분 삼아 앞으로 좋은 전시를 많이 열어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하고 싶다는 새로운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남들이 들으면 황당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다. 화이트박스 개인전이 뉴욕현대미술관으로 가는 보증수표가 아닐 뿐 아니라 앞으로 그가 개척해야 할 길이 멀고 험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후원을 많이 받는다. 그림 한 점 사주는 것도 후원이다. 작가가 잘되어야 하는 이유는 개인적 명예 때문이 아니다. 믿고 작품을 사주거나 후원을 한 분들에 보답을 하는 것이 작가의 의무이자 예의"라는 김 작가의 말에서 진실성과 단단한 각오를 느낄 수 있었다. 한편 김 작가의 작품은 달성군 가창면에 있는 동제미술관에서 상시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053)767-0014.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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